골프일반
우승 후 감격의 눈물 보인 양지호, "올 시즌 부진 탓에 '첫 우승 우연이었다'는 말도 들어"
양지호(34)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 확정 후 트로피를 받는 시상식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첫 우승 후 힘들었던 기간이 떠올라서 흘린 눈물이었다. 양지호는 18일 일본 지바현 지바 이즈미 골프클럽(파73·762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7타를 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그는 2006년 KPGA 입회 이후 지난해에야 첫 우승을 기록했다. 2022년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었다. 양지호는 일본 무대에 도전했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코로나19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경험도 있다. 일본 2부투어부터 시작해서 1부 시드를 따내 도전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년 결혼 후 지난해부터 아내 김유정씨가 캐디를 맡았고, 드디어 첫 우승을 하자 아내 덕분에 우승을 했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양지호의 성적은 다시 내리막을 탔다. 이달 초 KPGA선수권대회에서 공동 18위에 올랐던 게 이전까지 시즌 최고 성적이었고, 100위권~200위권을 헤매면서 가까스로 컷 통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 인터뷰에서 “첫 우승 후 성적이 안 나오니까 우승이 우연이었다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숨지었다. 아내 김유정씨가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으라”고 다독였다. 양지호의 두 번째 우승은 ‘한일전’ 성격이 있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나온 것이라 더 극적이고 의미가 있었다. 그는 그동안 흔들렸던 장타가 안정감을 찾으면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했다. 양지호는 “이제 우승하는 선수가 된 것 같아서, 우승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캐디 아내의 중요한 역할은 ‘전략 짜기’가 아니라 나쁜 버릇이 나올 때마다 알려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양지호는 처음 기자들이 ‘나쁜 버릇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비밀이다”라고 답했는데, 이후 이야기에서 일부를 밝혔다. 그는 “부담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생기면 샷을 할 때 머리가 공 방향을 많이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런 게 나올 때마다 아내에게 말해달라고 했고, 경기하면서 계속 ‘한 번’ ‘두 번’ ‘세 번’ 하면서 알려주더라. 덕분에 안정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타 차 준우승한 챔피언조 경쟁자 나카지마 케이타(일본)에 대해 “한조에 페어링되어 부담이 컸다. 일부러 냉정하게 인사도 안 하고 경기했다. 어리지만 냉정하고 거리도 많이 나가더라. 배울 게 많은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양지호는 KPGA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모두 2년 시드를 얻었다. 그는 “JGTO는 어릴 때부터 뛰고 싶었던 무대였다. 일단 올해는 한국 투어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스케줄을 배분해서 일본도 뛰고 싶다”고 계획을 말했다. 지바(일본)=이은경 기자
2023.06.18 17:50